칠레에서
아름다운 본당 공동체의 모습을 바라며

전웅희 스테파노 신부
찬미 예수님! 2025년 6월 9일 일요일. 제가 있는 Nuestra Señora del Carmen(가르멜의 성모님) 본당에서는 본당 2주년 미사가 있었습니다. 이곳 주교님께서 직접 미사를 집전하시기도 하였습니다. 본당 신자 분들이 많이 오셔서 미사 안에서 함께 기쁨과 축하를 나누었고, 협동과 일치 그리고 믿음을 다시 한번 새기며 본당의 발전을 기원하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예수님께서 바라시는 본당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본당은 무엇보다 하느님을 중심에 모시는 공동체가 아닐까 싶습니다. 성체성사를 통해 예수님과 깊은 일치를 이루며, 말씀을 통하여 하느님의 뜻을 배우고 살아가려고 노력하며, 본당의 모든 활동은 성체와 말씀 안에서 그 생명력을 얻으며, 신자들은 개인적 기도와 공동체 안의 전례를 통해 그리스도와의 인격적인 만남을 깊이 있게 체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본당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며, 환대와 포용의 문화를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랜 신자든 처음 온 방문객이든 상관없이, 누구나 따뜻하게 맞아들이며 소속감을 느끼는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특히 상처받은 이들, 소외된 이들, 교회에 실망한 이들조차 다시 안식과 위로를 찾을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본당은 또한 흔히 말하는 밖으로 나아가는 교회로서 선교적 사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복음을 세상 안에서 살아내며, 삶의 현장에서 예수님의 사랑을 증거하는 것이야말로 본당의 본질적 사명이라 생각합니다. 지역 사회와 함께하고, 가난하고 외로운 이웃을 위한 연대와 실천은 선교적 본당의 참된 모습이 아닐까요?
제가 있는 본당의 신자분들은 많은 이민자분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페루, 볼리비아,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아이티, 에콰도르 그리고 이곳 칠레... 다양한 문화와 삶의 방식에 의해 가끔은 충돌이 있기는 하지만 신앙 안에서 서로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본당의 발전을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2025년, 교회는 새로운 교황 레오 14세를 맞이했습니다. 미국 태생으로 라틴 아메리카(페루) 선교 경험이 풍부한 그분은, 문화와 민족을 넘나드는 포용과 화합의 목소리를 높이며 “다리를 놓는 교회”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교황님의 메시지에서 드러난 핵심은 분명합니다. “다름 속에서도 하나 될 수 있다.”는 믿음과, “교회는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선교적 사명입니다.
완벽한 본당은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하느님을 중심에 모시고, 이웃에게 다가가려는 열린 마음을 지닌 열린 교회를 만들어 가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할 것입니다. 레오 14세 교황님의 첫걸음은 우리 본당에게도 새로운 물음을 던져줍니다. “우리는 지금, 누구에게 다가가고 있는가? 우리 본당은 진정 세상을 향해 열려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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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희망이 된다는 것

김승훈 안토니오 신부
찬미 예수님!
그동안 우리는 사순시기를 보내고, 주님의 부활에 기쁨의 찬미를 드리고 행복한 부활시기를 보냈으며 연중시기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우리는 헤어짐의 아쉬움에 슬퍼했고, 다시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는 환희를 맞이하였습니다.
프란치스코 교종의 선종에 우리는 마음 아파했지만, 교종이 걸어온 길이 겸손과 가난하고 소외받는 이들을 위한 하느님의 뜻에 의한 행보였기에 우리는 죽음의 숭고함을 마음 깊이 새기며 그분을 떠나보낼 수 있었습니다.
뒤이어 새 교종인 레오 14세의 선출은 우리 교회에 새로운 희망을 안겨줄 희소식이었습니다. 레오 14세 교종은 평화와 화합을 강조하였으며, 이민자와 빈민, 소외계층의 권익 보호, 교회 내 다양성과 포용을 강조하였으며, 환경 보호와 기후 문제를 교회의 핵심 사명 중 하나로 제시하였습니다. 그리고 프란치스코 전임 교종의 개혁 노선을 계승하고자 하였습니다.
이제 우리 교회는 새 교종과 함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야 할 것입니다. 이곳 칠레 이끼께에서도 레오 14세 교종의 뜻을 받아 평화와 화합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소통의 부재를 조금이나마 해소하고자 교구, 지구 그리고 본당별로 여러 모임을 통해 소통하고자 노력하고 있고, 본당 지역의 특성상 많은 이민자들과 가난한 형제들 살아가고 있기에 그들의 다양성을 서로 인정하고, 그들에게 그리스도의 말씀을 전하고 세상이 주는 희망이 아닌 그리스도에서 발하는 희망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희망이 없는 삶은 어둠만 있을 뿐입니다. 매사에 의욕이 없고, 비관적으로 살아가기 일쑤입니다. 그러기에 누군가에게 희망이 된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빛이 되어 준다는 것이고, 그리스도께로 가게해주는 인도자가 되는 것입니다. 선교지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바로 그런 사람이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런 직분을 잘 소화해 낼 지는 미지수입니다. 나 하나도 앞가림하기가 어려운 이 시대에 다른 사람을 그리스도에게로 인도하고, 희망을 줄 수 있을지가 의문이기 때문입니다.
그저 기도하고, 겸손한 자세로 인내를 가지고 그들과 함께하는 것이 답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희망이 있는 공동체, 사랑이 가득한 공동체가 되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고, 기도하고, 겸손의 삶을 살아가려고 합니다. 여러분의 앞날에도 사랑과 희망이 가득한 삶이 펼쳐지기를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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