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서울국제선교회

평화가득하소서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이들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마르 16,15)

선교지역 소식

평화가득하소서 선교지역 소식
[파나마 소식] 2025년 7월 제38호-파나마에서
작성자 : 천주교서울국제선교회(sicms1004@gmail.com) 작성일 : 2025-07-09 조회수 :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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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파나마에서에서



성모님처럼 기쁘게 주님을 받아들입시다!


최필규 루도비꼬 신부


찬미 예수님!


안녕하세요. 저는 최필규 루도비꼬 신부입니다. 여러분과 함께 새로 되신 교황님 레오 14세의 말씀을 같이 나누고 싶습니다. “주님 말씀의 씨앗을 언제나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은총을 주님께 청합시다. 우리는 열매를 많이 맺게 하는 비옥한 토양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더라도 낙담하지 말고 오히려 우리가 더 비록한 토양이 되도록 변화시켜 주시기를 간곡하게 청합시다.”


교황님께서는 주님의 말씀 씨앗을 언제나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은총을 청하자고 하십니다. 말씀의 씨앗을 기쁘게 받아들인다는 것을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성모님께서 가브리엘 천사에게 받은 말씀인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와, 엘리사벳이 성모님께 외친 소리인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는 우리가 자주 묵주기도를 바칠 때에 드리는 성모송의 내용입니다.


성모님께서 가브리엘 천사의 말씀을 들으셨을 때에 얼마나 두렵고 힘드셨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하지만 성모님께서는 그 말씀을 받아들이셨고 당신의 아들 예수님 우리의 구원자를 낳으셨습니다. 이로써 우리는 구원자를 얻었고 구원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성모님은 예수님, 하느님 아들의 어머니가 되셨습니다.


우리도 거룩한 성사를 통해서 주님을 모시게 됩니다. 그때에 우리가 과연 성모님처럼 기쁘게 주님을 받아들이고 있는지 잘 성찰해야 할 것입니다. 가브리엘 천사의 ‘기뻐하여라’라는 말씀은 단순히 웃고 즐기라는 것이 아니라 복음 안에서 예수님을 받아들이고 주님으로 모시는 기쁨으로 초대하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복음의 기쁨」에서 하신 말씀이기도 합니다. 이 기쁨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것은 쉽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어렵고 힘들기에 주님께 청해 봅니다. 매 순간 주님을 모시고 성모님과 기도할 때 성모님께서 받아들이신 기쁨을 저희에게도 주시기를 간곡히 청해 봅니다.


후원회원분들의 가정에도 주님께서 주시는 기쁨이가득하시길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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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에서‘ 사랑 체험’으로!


전원희 비오 신부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주님의 현존 안에서 머무르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주님께서 우리를 이끌어주시기를 기도하면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보내주신 성령이 우리의 닫힌 마음을 열고, 우리가 흔들림 없이 하느님께 다가갈 수 있도록 우리를 언제나 도우십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 많은 언어가 존재하는 것처럼 우리 자신은 타인과 명확하게 다른 점이 있음을 살아가면서 알게 됩니다. 우리가 서로 다른 것은 명확한 일인데, 많은 경우 이 ‘다름’이 공동체 안에서 갈등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령께서는 우리의 다름이 우리를 갈라놓을 수 있는 갈등이 될 때 우리를 직접적으로 도우십니다. 우리가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 성령은 굳어진 마음을 주님을 향한 하나의 마음이 될 수 있도록 위로해 주십니다.


저는 성령 강림 대축일을 맞이하여 본당의 청년들과 함께 철야 기도와 성시간,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토요일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주일 오전 6시까지 청년들과 본당 성전에서 함께했습니다. 청년들이 준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에 동참하면서 주님 안에서 우리 청년들의 기쁨은 어디에서 오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이곳 라틴 아메리카의 문화가 담겨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개인으로서가 아닌 이들과 함께 걸어가기를 바라는 사제로서, 청년들과 그리고 이 시간을 온전히 받아 들일 수 마음을 주님께 청하면서 끝까지 함께하였습니다.


성령께서는 저의 불편한 마음을 모두와 함께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기도를 드릴 수 있는 마음으로 변화시켜 주셨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우리 교우들과 함께할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다시 한 번 깊이 느끼게 된 은총의 시간이었습니다.


주님께서는 나와 다른 사람의 관계 안에서 사랑을 체험하기를 바라고 계십니다. 그 안에서 주님의 사랑을 찾기를 그리고 그 사랑을 나누기를 원하십니다.


사랑하는 후원회 은인 여러분들의 정성으로 마련된 사랑을 제가 이곳 파나마 선교지에서 우리 순교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본당의 교우들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되어 주님과 은인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후원회 은인 여러분들의 사랑을 기억하며 기도하면서 앞으로도 이곳에서 주님의 사랑을 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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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교황님과 함께 만들어갈 우리 공동체


이용우 요한 베르크만 신부


지난 4월 21일에 선종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에 이어, 5월 8일에는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님이 제267대 교황님으로 선출되셨습니다. 그분의 교황명은 레오 14세입니다. 역사상 미국인 출신으로 교황으로 선출된 것도 처음이지만, 선교사 출신으로도 최초라고 합니다. 전임 266대 교황이셨던 프란치스코 교황님도 최초의 아르헨티나 출신 교황이셨고 최초의 예수회 출신 교황님이셨는데, 추기경님들은 최초의 타이틀을 둘이나 지니신 교황님을 또다시 뽑으신 것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추기경님들이 격동적으로 변화하는 현대세계 안에서 시대에 맞는 교황님을 선출하는 데에 주저하지 않는 열린 태도를 보여주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준다고 생각됩니다. “시대의 표징을 분별하라.” 바로 예수님 말씀입니다(마태 16,3).


우리가 선교사로서 중남미에서 선교한다고 하지만, 우리가 하는 실제 선교 활동의 대부분은 본당사목입니다. 본당의 신부로서 미사를 거행하고, 성사를 집행하며, 본당을 관리하는 데에 대부분의 시간을 씁니다. 그리고 각종의 연중행사들을 교우들과 함께 치르게 되지요. 한국과 다른 중남미 특유의 행사들로는 거리에서의 십자가의 길이나 성체거동 행렬, 행사처럼 치르는 성탄과 부활 전 9일기도, 그리고 주보성인 축제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행사에 대한 현지 분들의 열정은 대단합니다.


준비에도 그렇고, 참여에도 그렇지요. 미사에는 안 와도, 행사에는 오니까요. 그것도 훨씬 더 많이... 다른 한편, 외국인 신부로서 현지에서 살면서, 각종 사회문제들을 접합니다. 정치인들의 숱한 부패에는 거리가 좀 먼 편이지만, 범죄 조직들의 살인, 폭력이나 강도, 그리고 사제관에까지 들이닥치는 도둑질은 매우 가까운 문제이지요. 그런 일들 때문에 사목활동 자체가 위축되기 때문입니다. 늦은 저녁시간의 미사에는 신자들이 거의 오지 않는 이유도, 치안 불안 때문입니다. 본당에서 회의나 모임을 해도, 길에 주차해 놓은 차 때문에 계속 좌불안석입니다. 그 사이에 차를 훔쳐갈까 봐 걱정하는 것이지요. 게다가 중남미에는 한국과 다르게 결혼하지 않은 채 동거 상태로 수십 년간 살아가는 이들이 무수하게 많습니다. 이 동거 상태에서 여인들은 일상적 불안정감을 가슴에 안고 살아갑니다. 언제 남자가 떠날지 모르니까요. 세 남자와의 사이에서 각각 하나씩 낳은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한 여인이 네 번째 남자를 찾고 있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어쨌거나 남자가 있어야 입에 풀칠을 할 수 있는 여인의 처지가 너무 슬프지요. 이 여인들에게 교회가 이들에게 하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다만, 고해성사를 볼 수 없고, 성체를 영할 수 없다는 고지뿐입니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자신이 주교이기 이전에, 대교구장이기 이전에, 교황이기 이전에, 주 예수님의 한 제자라는 것을 평생 자각하며 살아가신 분입니다. 그러기에 항상 교회의 한 권위자로서 사람들을 대하기보다는, 그저 예수님처럼 격의 없이 따뜻하게 사람들을 대하려고 애쓰셨습니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교회의 딱딱한 규범보다는 부드러운 복음을 사람들이 더욱 느끼게 하셨습니다.


바야흐로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맞아 교회는 복음의 부활을 체험하였고, 이제 레오 14세 새 교황님은 전임자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그러한 복음적 면모를 누구보다 더 잘 아시는 분입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희망의 희년을 맞아, 전 세계의 각 본당 공동체에서, 복음의 붐이 일어나기를 희망합니다. 예수님의 부활이 일어나기를 희망합니다. 조상들의 전통을 고집하는 바리사이인들을 위선자로 몰아치며, 죄인들과 병자들을 더욱 따뜻하게 대해 주셨던 예수님! 소외된 이들과 천대받는 이들에게 기꺼이 친구가 되어 주신 예수님! 사회의 기득권자들보다는 오히려 가진 것 없이 늘 당하기만 하는 사람들을 하느님 나라의 주인으로 선포하신 예수님!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스스로 그러한 예수님의 한 제자로서 살아가시며 그분처럼 사람들을 대하려 애쓰셨고, 이제 우리는 그분에 걸맞은 후임자를 맞았습니다. 


빈부격차로 인한 양극화가 날이 갈수록 더욱 고착되고 심화되는 시대에 오히려, 예수님처럼, 규범보다는 복음을, 인위적 전통보다는 주님의 사랑을 강조하시는 교황님들이 연속하는 탄생하는 시대에, 우리 교회 역시, 우리 본당 역시, 예수님의 부활과 복음의 부활에 더욱 희망을 걸고 부응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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